summer의 문화생활 ☼/클래식

241120 예프게니 키신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취미생의 관점으로 보는 거장의 연주회 소감)

summer ෆ 2024. 11.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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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개인적으로 일이 너무 바빠 클래식 공연을 자주 가지 못했던 것 같다.
9 to 6 본업을 하며 매주 2회씩 피아노 레슨을 받고,
레슨이 없는 날에는 개인적으로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체력을 기를 겸 헬스장을 들렀다.
 
내가 바쁘게 산다고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가 발전됨을 느끼고 만족하면 되는 것!
그런 나에게 예프게니 키신 피아노 리사이틀은 바쁜 삶 중에 휴식처럼 다가왔다.
 
 
 

대전에서 서울로 떠나보자

 
 
공연을 보러 서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반차를 썼다 우하하
 
 
 

 
 
분명 14시에 회사에서 나왔는데
예술의전당에 도착하니까 17시가 되어버렸다.
 
공연을 보러 갈 때면 서울 거주자들이 참 부럽다.
 
 
 
 

 
 
이제는 50세의 나이를 훌쩍 넘긴 예프게니 키신
신동이라는 타이틀로 어린 나이부터 활동한 피아니스트여서 그런지
유튜브 속에서만 봤던 키신은 어렸었는데 세월이 참 빠르다.
 
 
 
 

 
 
공연 주최 측에서는 프로그램북과 키신 음반을 판매하고 있었다.
 
베토벤, 잘츠부르크 앨범과
일본 요코하마 / 산토리홀 실황앨범 총 4종류 중에 무엇을 살지 고민하다가
필자는 쇼팽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요코하마 실황앨범을 구매하였다.
 
앨범에 있던 오늘의 프로그램 중 한 곡인 쇼팽 녹턴 14번과 더불어 
피아노 소나타 3번과 여러 개의 마주르카, 그리고 스케르초 2번까지
 
15세의 나이에 요코하마에서 이렇게나 어려운 곡으로 연주회를 열다니.
(필자는 15세에 학원 가기 싫어서 빼먹고 그랬는데)
 
 
 
 
 

키신 공연티켓에 필자의 이름이 새겨진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움

 
 
 
 

콘서트홀 입장

 
 
 
 

언젠간 커다란 사이즈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연주해볼 기회가 있겠지?

 
 
 
 

 
 
필자의 좌석은 B구역 3열 8번 
무대에 등장해서 피아노로 걸어 나갈 때, 연주에 집중하는 피아니스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고
연주할 때 손가락이 너무너무 잘 보이는 자리였다.
 
허밍, 페달 밟는 소리도 생생하게 들렸다.
 
필자는 같은 공연장 C구역 1열에도 앉아봤는데 
확실히 손가락을 보고 싶으면 무조건 B구역이 좋다!
 
그리고 이왕 돈 쓰는 거 빠른 손놀림으로 티켓팅 혹은 취소표를 노려서 무조건 10열 이내로 앉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 번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봤지만 제일 집중도 있게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건
 
1. 연주자의 표정
2. 손가락의 움직임 
 
두 가지가 잘 보였을 때였던 것 같다.
 
클래식 공연이 물론 귀로 듣는 것도 좋지만 시각적인 것도 어느 정도 뒷받침 해준다면
연주자의 감정과 에너지를 더욱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PROGRAM]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7번
쇼팽 녹턴 Op. 48-2
쇼팽 환상곡 Op. 49
브람스 4개의 발라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2번
 
 
 
 

 
 
[피아노 연주 취미생의 관점으로 본 예프기니 키신의 연주]
 

  • 베토벤 / 쇼팽 / 브람스 / 프로코피예프 전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작곡가들임에도 본인의 맞춤옷을 입은 듯이 어느 하나 이질감 없이 멋지게 연주하는 것.
  • 피아노 연주할 때 필자가 가장 부족한 점은 힘없는 손가락과 예쁘게 나지 않는 소리. 그래서 연주자의 손 모양과 누르는 힘, 페달링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 키신이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할 때는 손가락에 무거운 추를 10 kg 정도 매달았지만 가벼운 느낌이라면
  • 쇼팽 녹턴 14번을 연주할 때는 100 kg의 추가 달려있는 것처럼 건반을 하나하나 힘 있게 꾹꾹 누르지만 (fff) 마지막 피날레에 깃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ppp) 셈여림 살리기 신
  • 요코하마 앨범에도 수록된 녹턴 14번을 이번 프로그램에 넣을 정도면 거의 40년 동안 연주해 왔던 곡일 텐데 수없이 연습을 하며 다져진 깊이감이 엄청난 것 같다.
  • 건반을 하나하나 깊게 누르던 손 모양과 누르는 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세게 연주할 때도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피아노 자체에서 강한 소리가 어떻게 하면 날 수 있는 걸까? 여러 번 다시 태어난다 해도 키신처럼은 피아노 못 칠 것 같다.
  • 아직은 브람스 발라드가 쇼팽 발라드만큼 좋아지지는 않는다.
  • 프로코피예프 나름 1900년대 작곡가라 그런지 베토벤, 쇼팽, 브람스 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있다. 꽤 난해하지만 고전보다는 확실히 새롭다.
  • 커튼콜 때 예쁘게 미소 짓던 모습은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오른손 4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계시던데 왼손잡이인 걸까?
  • 연주 중에 손목을 자꾸 돌리시던데 혹시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 3년 전 리사이틀에서는 앙코르곡을 8개, 자정을 넘긴 사인회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앙코르 3곡에 그쳤지만 개인적으로 아티스트 보호 및 서로 지치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앙코르곡이 더 좋은 것 같아서 만족.
  • 마지막 앙코르곡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는데 브람스 왈츠였다니!

 
 
 

 
 
 
공연 시작 전까지는 사인회 공지가 없다가
급하게 사인회가 진행되었다.
 
아마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 사인회가 결정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3년 만에 찾은 한국 팬들에게 팬서비스 해주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비록 필자는 다음날 출근으로 인해 바삐 예술의전당을 떠나 사인은 못 받았지만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는 필자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세월호 뱃지를 달았던 모습에 조금 놀랐는데
피아니스트이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마음 아픈 일들에 목소리를 내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다.
 
 
후기 끝!